방랑기록/산티아고 순례길

산티아고 순례길 1일차 saint de pied jean port-roncesvalles

강밈2 2021. 10. 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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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0
산티아고 순례길1일차 saint de pied jean port-roncesvalles
26km
10시간 가까이 걸었음

 


부제: 나 다시 돌아갈래

 

 

 

나도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고생이란 고생을 많이 했던 사람인데 (참고로 사서 고생하는거 즐기는 스타일)

 

여행 중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려본다면 그 중 하나가 바로 순례길의 첫날 피레네 산맥을 넘었던 일이다.  
그만큼 아무런 정보도 준비도 없이 갔다가 된통 당했던 곳이다.


정말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곳이다. 근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일단 가야하니 노래를 부르던 순례길을 오죽했으면 오늘만 걷고 집에 가자는 말까지 나왔었다.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어 남 몰래 땀인지 눈물인지 아마 눈물을 닦았던 곳이였는데 그와중에 풍경은 끝내줬기에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사진이라도 많이 찍자고 했다.

 

그곳이 산티아고 순례길 첫째날 프랑스에서 스페인 국경으로 넘으며 걷게될 피레네 산맥이다.

 

 

순례길 시작

 

 

드디어 순례길을 걷는 아침

아침 일찍 나름 호기롭게 출발했으나 길거리에 사람들이 거의 보이질 않았다.

우리가 너무 일찍나섰나 싶었는데 사실 뒤늦게 알고보니 순례자들 사이에서 우리가 좀 늦게 출발한 편이였다.

 

다들 첫날은 피레네를 넘어서 론세스바에스에서 알베르게를 이용하고 싶어하기때문에 일찍 길을 나섰던거 같은데 사실 우리는 우리가 생장에서 묵었던 알베르게에 기상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어 이런 일정을 알고 일찍 나가고싶어도 나갈 수 없는 상황이였었다.

 

그래도 우리는 기분좋게 걷기 시작했고 맛집으로 소문난 마지막 프랑스 빵집에서 빵까지 사서 본격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얼마 못가 둘 다 주저 앉아버렸고 빵을 먹으며 오늘 우리에게 다가 올 미래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오피스에서 받은 맵

 

신났던 초반 우리의 그림자

 

 

오리손

 

그렇게 힘들게 처음 도착한 마을?은 오리손이라는 곳인데 이곳에도 알베르게가 있지만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으나 사실 생장에서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라 좀 애매할 수도 있는 곳이지만 자신의 체력을 생각해서 하루 쉬다갈 수도 있다.

다만 식사가 포함된 금액이였지만 조금 비쌌던걸로 기억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발바닥에 불이 날 것만 같아 등산화랑 양말까지 다 벗고 제대로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진짜 계속 오르막만 오르는 코스가 남아있다고 하니 더 집에 가고싶었다.

 

 

멀리보이는 양떼

 

날씨는 환상

 

 

 

그 힘든 와중에 풍경이 너무 좋았다.

사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이 날의 풍경을 놓치기 싫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사실 피레네는 날씨가 심하게 오락가락해서 순례자들에게 굉장히 위험한 구간이라고 소문이 자자한데 우리가 지날 때는 다행히 날씨가 너무 좋았다. 뭐 잠깐 먹구름이 몰리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날씨였다.

 

또 첫날이기도 하고 진짜 이날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사진도 많이 찍고 (이 날 찍은 사진이 제일 많다) 지금 이 길을 좀 더 즐기려고 노력했었는데...

 

사실은 내가 오래 전부터 하고 싶어해서 내가 선택하고 같이 동행하는 언니한테 가자고해서 같이 시작한 길인데 정말 너무 힘들어 눈물이 앞을 가렸다.. 갈길은 끝이 없었고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으니까

 

내가 시작하자고 하고 차마 돌아가자는 말도 못하고 진짜 남 몰래 눈물 닦으며 걸은 거 같다.

 

 

성모마리아 동상

 

오늘 제일 높은 곳

 

내리막길 시작

 

 

 

그리고 갑자기 시작되는 내리막길
피레네는 그냥 종일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갑자기 계속 끝도없이 내려간다. 진짜 미쳐버리는 구간이다. 


아.. 진짜 여길 어떻게 넘어왔는지 내 스스로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종일 오르막길을 오르며 다리 힘이 다 풀린 상태에서 내리막길은 발목 나가기 딱 좋은 곳이였다.
조금만 삐끗하면 그냥 순례길은 빠이라 더욱 조심 조심 긴장하고 내려가던 탓에 뒷 허벅지가 절이도록 집중해서 겨우 내려갔다.

 

 

 

산티아고 순례길

 

피레네 산맥

 

끝도없는 내리막길

 

 

그리고 슬슬 보이기 시작한 오늘의 목적지 론세스바에스
수도원이 보이자마자 다리에 얼마 남아있지 않던 힘이 풀리고 동시에 감격의 눈물이 흐를 뻔했지만 한달 뒤 콤포스텔라를 위해 꾸욱 참았다.


하지만 그 정도로 너무나 힘들어 더 감격스러웠던 곳이다.

저녁 6시 무렵 도착해 알베르게 체크인을 하고 아침과 저녁 신청 후, 입었던 옷을 급하게 빨아 널고 밥먹고 나니 잘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다른 순례자들보다 늦게 도착한 탓에 3층에 있는 침대로 배정받았다. 도착한 순으로 1층부터 순례자들에게 침대를 제공하는데 발바닥에 불이 날거 같은 상태에 계단을 오르내리는건 또다른 괴로움을 안겨주었다.

 

사실 순례길도 빨리 갈 수록 좋은 침대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지만 걷다보면 그런것도 무의미해지는게 순례길이다.

그냥 나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한발짝씩 걸어나가거나 그냥 그 길을 즐기는것이 전부다.

 

 

 

수도원 도착 500m 전

 

론세스바에스 수도원

 

순례자의 하루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첫 날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하고 중간에 집에 돌아갈까도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나는 이 곳을 넘으면서 아무리 힘든 길을 걸어도 피레네보다는 괜찮다는 생각으로 순례길을 끝까지 걸을 수 있었던거 같다.

그만큼 힘들지만 그 어떤 힘든것도 이겨 낼 원동력이 될 수 있게 하는 곳이였던 피레네 산맥
그러나 좀 오랫동안 다시 피레네를 넘고 싶지는 않다.

 

어쨋든 부엔 까미노!

 

 

아침 저녁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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