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기록/동해안 도보여행

2022 동해안 도보여행 11일차 : 답답할 鬱, 울릉도

강밈2 2023. 4. 2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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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6



2022 동해안 도보여행 11일차
울릉도에서 강제 3박 4일

 

 

전 날 열심히 이동하고 피곤해서 그랬는지 기절을 해버렸다. 사실 오늘 예약해두었던 독도행 배는 결국 취소되었고 사실 비오면 할거 없다는 울릉도에서 우리에게는 몇 가지 옵션이 있었는데 그 중 나리분지에 가보기로 했다.

 

우리가 묵었던 202호
울릉도 버스 시간표

 

 

일단 우리가 있는 저동에서 천부까지 가서 나리분지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면된다. 울릉도는 버스가 몇대 없는데 대부분의 버스가 섬을 한바퀴 도는 노선이기때문에 자기가 어디에 가야할지만 안다면 아주 단순한 노선이다. 다만 처음에는 헷갈리기가 쉽다. 사실 나도 마지막날까지 저 버스 시간표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우리는 저동에서 버스를 타고 천부에서 내린 뒤 나리분지행 버스를 탔다. 가는 동안에는 비가 내리지 않더니 나리분지로 올라가는 꼬불꼬불한 산길에서 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번 울릉도 여행은 어렵게 입도하기도 했고 독도행 배도 취소되고해서 아예 내려놓기로 마음먹었던지라 이제 더이상 억센 비만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는게 결국 비가 미친듯이 내렸다.

 

 

 

경북 울릉군 북면 나리1길 31-115

나리촌식당

 

 

 

버스에서 내린 우리 포함 몇 명의 개인 여행자들은 갈 길을 잃었다. 비 때문에 우왕좌왕하다 다들 갈 길을 갔다. 우리는 우산이 없었지만 계속 정류장에만 있을 수는 없으니 근처 밥집을 찾아본 뒤 빠르게 걷기로했다.

 

바람막이를 꽁꽁 여맨 뒤 걷기 시작하는데  뒤따라 오시던 분이 우리에게 우산을 건내주셨다. 마침 같은 식당으로 가고 있어서 덕분에 쫄딱 젖지않고 식당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곳에서 산채비빔밥과 오징어전을 먹었는데 여행 중에 먹었던 음식중에 진짜 탑으로 꼽을 만큼 맛있었다. 다양한 나물들을 한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게 너무 좋았다. 울릉도에 다양한 나물들이 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이런거엔 무지하니 잘몰랐는데 진짜 울릉도에 맛있는 나물들이 많다는거 인정이다.

 

나중에 언젠가 울릉도에 비행기를 타고 올 수 있다면 그때 다시 들러보고 싶은 곳 중 하나다.

 

 

 

경북 울릉군 북면 나리길 583

나리상회

 

 

 

밥은 다 먹었고 나리분지는 구경하고 싶은데 비는 멈출 생각을 안하길래 근처로 향하던 중 발견한 나리상회. 이 곳에서 따뜻한 커피를 한잔씩 마셨는데 이 곳 사장님이 우리가 저동에서 버스 탈 때부터 같이 타셨던 분이라 완전 신기했다.

 

육지에 계시다가 울릉도로 들어와 살고 계시는데 이런저런 흥미로운 이야기도 해주셨고 추웠던 몸을 잠시나마 실내에서 녹일 수 있게 해주신 친절한 사장님! 이 곳 역시 나중에 나리분지에 방문한다면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비가 살짝 멈춘거 같아서 우리도 다시 나와봤다. 이렇게 멀리까지 와서 아무것도 할 수없는게 너무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그냥 근처라도 걸어보자며 살짝 둘러보았다. 아쉬움에 대충 사진을 찍고 돌아가는 버스 시간에 맞춰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갔다.

 

 

 

 

천부에서 돌아가는 길 비가 그치길래 우리는 도동으로 가보기로했다. 이렇게 비 안올때 하나라도 더 다녀봐야지.

 

원래 관광지에 욕심없는 사람인데 괜히 비오고 못가니까 더 가고 싶은 청개구리 심보. 근데 울릉도는 진짜 비 많이오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다.

 

뒤에 만났던 노부부는 비가 많이오고 바람이 불던 날 밖에 나가기 위험하니 숙소에서 낮부터 막걸리를 마시다가 푹 주무셨다고 할 정도로 울릉도는 비바람이 심해지면 밖으로 나가는거 자체가 위험할 수 있어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울릉도는 바위섬이다 보니 확실히 내 눈에는 이국적으로 비춰졌다. 남미 어딘가를 여행하면서 지나쳤을거 같은 그런 느낌아닌 느낌이 들었다.

 

도동항에서 보는 울릉도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우린 무언갈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였지만 근처를 한바퀴 돌며 도동항을 구경한 뒤 카페에 들어가 따뜻한 음료를 마시며 추웠던 목을 녹였다.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2길 8-6

코페아커피

 

 

 

커피를 마시며 쉬고있는데 게스트하우스 사장님한테 전화가 왔다. 이유는 내일 나가는 배가 날씨때문에 결항되었다는거다. 그나마 가장 결항 가능성이 적은 크루즈를 타고왔던건데도 취소가 되었으니 다른 것들도 다 취소되었겠지..

 

독도를 포함해 2박 3일을 잡고왔던 우리는 강제로 1박을 더 하게 되었다. 비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울릉도에서 강제 1박 연장이라니..불행 중 다행으로 들어오는 배도 결항이니 추가 숙박도 같은 방에서 가능하게 되었다.

 

아 울릉도 우리랑 진짜 안맞네.. 누군가 울릉도의 울은 답답할 울(鬱)이라 했는데 진짜 날씨때문에 여러모로 답답했던 우리들의 울릉도 여행^^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도동길 95

마루통닭

 

 

 

날도 꿀꿀하고 기분도 꿀꿀하니 맛있는거나 먹자며 평이 좋았던 도동 마늘통닭을 어렵게 포장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리뷰에는 다들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왜 우린 그 맛이 안났을까..

 

젖은 닭은 내 입에는 별로인듯.. 그냥 바삭한 후라이드가 먹고싶던 밤. 나리상회에서 사온 호박식혜로 마무리하며 내일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고민하며 잠에 들었다.

 

포스팅하면서도 그때 아무것도 풀리지 않았던 우울한 기분이 느껴진다. 젠장ㅋㅋㅋㅋㅋㅋㅋㅋ 울릉도는 무조건 날씨좋은 성수기에 가십쇼..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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