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28
산티아고 순례길 9일차 ventosa-ciru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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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시간 걸었음
부제: 길을 잃다.
오늘은 전 날 J언니가 빌려 준 근육통 크림을 바르고 발목을 계속 마사지 해줬더니 그나마 걸을 만 했다.
그런데 걷다보니 순례자 화살표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길을 잃고 말았다.
결국 우리는 구글 지도를 키고 국도를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다음 마을로 가면 순례자 표시를 찾을 수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러다 갑자기 구름이 몰리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국도를 걷다 비를 피해 문 닫은 가게 앞으로 피신해 배를 채우며 쉬고있는데 갑자기 비가 미친듯이 퍼붓기 시작했다.
비가 다 튀는 바람에 자리를 살짝 옮겨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비가 오면서 날이 쌀쌀해지고 몇 일 전 짐이 많다고 버렸던 후드집업이 떠올랐다.
알베르게 기부함에 넣자마자 다음날 부터 절실하게 필요했던 후드집업..
오늘도 필요했지만 다시 돌아갈 순 없으니까..
결국 판쵸를 뒤집어 썼다.
그리고 겨우 순례자 표시를 찾아 다음 마을로 입성..
다행히 이때는 비가 거의 그쳤다.
지나가던 마을에서 발목을 위한 관절 쿨크림을 사고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좀 쉬어 갔다.
관절 크림은 일단 얼마나 효과가 좋을진 몰라도 안바르는거보단 나을거 같아 안되는 스페인어를 섞어가며 약국에서 구매했다.
그리고 요 몇일 발목이 안좋아 걸음이 느린 나를 맞춰 걸어주던 J언니에게도 미안하고 고마웠다.
이 동네에 오기 전 슈퍼가 없다는 걸 알고 그 전 마을에서 먹을 걸 조금 사서 왔다.
알베르게 체크인을 할 때 숙소에서 파는 아침과 저녁을 안먹는다고 하니 아저씨 태도가 조금 돌변한 느낌을 받았는데 솔직히 기분이 좀 별로였다.
시골이라고 비싸게 파는건 이해가 되지만 아침과 저녁은 우리의 선택인데 강요하는 느낌을 받았다.
또 식사를 안하면 주방자체를 사용 못한다는 아저씨의 말에 우린 정말 빈정이 상해 대충 저녁을 떼웠다.
(억지로 하라고 하면 더 하기 싫은 나.. 청개구리야)
좋게 말했다면 아침이라도 먹고 갔을텐데... 사설 알베르게라 장사하려는 느낌이 너무 강했고 밤에는 비가 오는데 숙소 창문으로 물도 새고 갔던 알베르게 중 제일 별로라고 생각한다.
이 날 자기 전 우리는 내일은 꼭 슈퍼가 있는 큰도시로 가자고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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