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읽었던 한 구절이 이 책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평소 좋아하던 조승연 작가의 관찰에세이.
여행 중 부딪히기도했지만 때로는 잘 통하기도 했던 프렌치들의 특성을 알 수 있는 책
책을 읽으며 너무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나와 비슷한 모습들에 공감도 하며 재밌게 읽었다.
편안함의 정체는 바로 삶이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프랑스식 편안한 삶의 정체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는 멀리 볼 수 있기 때문일 터인데, 프랑스인은 시간의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것 같다.
21세기 급변하는 문명시대에 삶이 예측 가능하다는 것은 최고의 사치일 수도 있다.
태어나기 전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고 죽은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는 제한된 시간이라면 그것도 단 70~80년만 주어졌다면 슬픔, 절망, 우울같은 고통스러운 감정도 행복, 사랑 같은 감정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이 된다.
모든 감정은 소중하다.
내가 느끼는 모든것을 표현 할 수 있는 자유
어찌보면 한국사회에서는 내 감정을 숨기는 것이 미덕인 경우도 있는데 자기 감정에 솔직한 그들의 모습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였다.
삶은 죽음이라는 엔딩이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는 것을 철학자들은 '메멘토 모리'라고 하는데,
파리야말로 그 자체가 거대한 메멘토 모리라고 말할 수 있다.
이탈리아 사람은 요리를 평가할때 '맛있다'라거나 '못 먹겠다'정도로 이야기하지 프랑스인처럼 복잡한 분석을 동원하지 않는다.
프랑스인은 아주 적은 음식을 예술 조형물처럼 꾸며 아주 조금씩 먹으며 품평하는 것을 좋아한다.
많은 사람들은 살기위해 음식을 먹곤 하지만 프렌치는 그거와는 달랐다. 정성과 영혼을 깃든 음식을 먹음으로써 느끼는 행복감과 그것에 대한 분석과 토론
단지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닌 음식에 대한 분석과 토론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재미있던 구간이였다.
세상에는 미각이 둔한 바보들이 있다. 하지만 미식을 탐하는 것은 예술가, 그리고 시인이 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미각이란 섬세한 기관이며, 훈련으로 완벽해질 수 있는 고결한 기관이다. 안목과 귀와 다를 바 없다.
음식에 진심인 프렌치들
요즘 젊은 프렌치들은 냉동식품의 편리함을 즐기는걸 많이 보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음식 사랑은 참 재밌는거 같다.
프랑스의 양육철학은 어찌보면 맹자의 말과 상통한다. 맹자는 아무리 급해도 벼를 잡아당겨서 빨리 키울 수 없다고 했다.
진정한 부모의 덕목은 아이를 자기 구상대로 잘 길러내는 것이 아니라 농부처럼 좋은 사랑으로 충만한 가족 분위기라는 옥토 위에 씨를 뿌리고 스스로 잘 자라기를 기다리는 것뿐
한국의 극성맞은 양육방식에 눈쌀이 찌푸려진적이 많았는데 프랑스의 양육방식에서 분명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른 아이 할거 없이 어릴적부터 서로를 존중하며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에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인은 직장을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돈줄 역할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직장에서 인정받는 것으로 행복을 찾으려 하는 것은 아주 멍청한 행동이야"
사실 내가 이 책을 읽기 시작했던건 이 구절때문이였는데 이 부분이 내가 생각하는 가치관과 너무 비슷했다.
직장은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돈을 받는 곳이지 다른 욕심은 없다.
이 돈을 통해 내가 하고싶은 일들을 더 크게 꾸려나갈 계획이다. 나중에는 직장없이도 내 스스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프랑스인은 돈이 생기면 주로 눈에 아름답거나 촉감이 부드럽거나 향기가 좋은 물건을 사는데 쓴다.
프랑스인의 소비는 사회적 소비가 아닌 개인의 물질적 소비라고 말할 수 있다.
남들의 시선보다 자신을 위한 소비. 한국의 보여주기 식 소비에 피곤함을 느끼는 나에게 맘에드는 구절이였다.
프랑스인이 돈을 벌 때는 명확한 목적이 있다. 노동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서다.
돈에 대해서는 나와 비슷한 마인드를 가진 프렌치들
돈을 버는 것은 일하지 않고 노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한 행위임을 기억하는 나라는 오히려 돈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는 나라인지도 모른다. 프랑스인에게 성공한 인생이한 휴가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잘 보내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하는 것이다.
프랑스에는 휴가가 4주정도 주어진다는데 그 휴가를 어떻게 보냈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한다.
한달이면 일하면서도 일년에 한달여행이 가능한건데 나도 저런 휴가가 있었다면 일을 한군데서 꾸준히 다닐 수 있었을까?
진짜 성공한 인생이란 성공하려고 발버둥치지않아도 되는 인생이고, 진짜 행복한 인생은 행복이란 것을 믿지 않고 주어진 순간에 충실한 인생일 수 있다는 결론을 오랜 시행 착오 끝에 얻은 것은 아닐까?
순간에 충실하자.
연애에 목적이 없듯이, 인생은 즐거워서 사는 것이지 이유가 있어서 사는 것은 아니다.
연애가 어떻게 끝나건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봤다는 것이 중요하듯이 인생도 살아봤다는 것이 중요하지 성공했는지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
천국이건 지옥이건 무슨 상관인가? 만약 미지의 끝에서 새로운 것만 발견할 수 있다면. 보들레르 <여행>
결국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보다 다양한 삶의 희노애락을 통해 인생을 즐기며 살았던 것이 정말 제대로 된 인생이 아니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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